사건번호
2024다269808
납입금반환청구등의소
📌 판시사항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 약정의 효력(무효) 및 이러한 사정이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되는지 여부(적극) /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한 경우, 이후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판례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준서 외 1인)
【피고, 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욱 외 1인)
【원심판결】 울산지법 2024. 7. 18. 선고 2023나168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울산 중구 (이하 생략) 일원을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나. 원고는 2016. 4. 22. 피고 추진위원회 사이에 피고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피고가 건축하는 아파트 중 1세대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가입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총 분담금은 238,400,000원으로 하면서 계약금은 53,000,000원, 중도금은 159,530,000원, 잔금은 25,870,000원으로 정하였고, 계약금 중 13,000,000원은 조합 행정용역비로 정하였다. 이 사건 가입계약 제14조 제12항에서는 ‘원고는 피고가 착공 전 계약 지연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기납부한 조합원 분담금의 원금 전액(기사용분, 기관이자 및 행정용역비 제외)을 책임 보장함과 동시에 일체의 민, 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정하였다.
다. 피고는 2016. 8. 29.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0. 3. 19.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며 2020. 12. 29. 착공을 하였다.
라. 원고는 조합설립인가를 전후로 한 2016. 4. 17.부터 2016. 9. 28.까지 계약금 전액인 53,000,000원을 납입하였고, 사업계획승인 및 착공을 전후로 한 2019. 1. 16.부터 2022. 8. 31.까지 중도금 중 143,859,400원을 납입함으로써 합계 196,859,400원을 납입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이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후인 2020. 4. 23.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가입계약의 내용 중 원고가 공급받기로 한 아파트의 동·호수를 변경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가입계약 제14조 제12항을 통하여 한 피고가 착공 전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원고가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내용의 약정(이하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라고 한다)은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피고의 조합규약에 정한 바가 없고, 피고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이 사건 가입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 사건 가입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관하여 착오가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가입계약은 원고의 착오 취소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때 취소되었다. 원고의 위와 같은 취소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원고로서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효력에 관하여 착오에 빠졌으므로 이 사건 가입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1)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계약 체결 상대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분담금 등을 납입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하여 신축하는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조합원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가 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때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하였다면, 이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3)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은 ‘피고가 착공 전 계약 지연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기납부한 조합원 분담금의 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보증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이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가입계약 체결 후 2016. 8. 29.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0. 3. 19.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며 2020. 12. 29. 착공까지 함으로써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은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되었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직후 이 사건 가입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피고와 이 사건 가입계약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는 합의를 하였고, 더욱이 착공 이후인 2022. 8. 31.까지도 중도금 중 일부를 납입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가입계약에서 정한 분담금 중 상당 금액을 납부하였다. 피고로서는 이러한 원고의 분담금 납부행위를 통하여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사건 가입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4) 피고는 조합설립인가부터 착공에 이르기까지 주택건설사업을 절차대로 추진하고 있고, 피고가 주택건설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거나 위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고는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 취득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원고가 목적 달성을 포기하면서 분담금을 회수해야 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5) 반면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위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게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 제3항, 제1항 본문), 원고는 사업계획승인 이후인 2023. 3. 3.에야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착오 취소를 이유로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기회마저 갖지 못하였다.
6) 결국 원고가 이 사건 소를 통하여 이 사건 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착오 취소 주장을 하는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행위와 모순되는 행위이고, 원고의 모순된 태도로 인하여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 몫의 분담금에 상응하는 손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의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가입계약까지 무효라고 보거나 원고가 이를 착오 취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면서 분담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착오를 원인으로 이 사건 가입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취소 주장에 있어서의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경미(주심) 권영준 박영재
【피고, 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욱 외 1인)
【원심판결】 울산지법 2024. 7. 18. 선고 2023나168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울산 중구 (이하 생략) 일원을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나. 원고는 2016. 4. 22. 피고 추진위원회 사이에 피고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피고가 건축하는 아파트 중 1세대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가입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총 분담금은 238,400,000원으로 하면서 계약금은 53,000,000원, 중도금은 159,530,000원, 잔금은 25,870,000원으로 정하였고, 계약금 중 13,000,000원은 조합 행정용역비로 정하였다. 이 사건 가입계약 제14조 제12항에서는 ‘원고는 피고가 착공 전 계약 지연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기납부한 조합원 분담금의 원금 전액(기사용분, 기관이자 및 행정용역비 제외)을 책임 보장함과 동시에 일체의 민, 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정하였다.
다. 피고는 2016. 8. 29.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0. 3. 19.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며 2020. 12. 29. 착공을 하였다.
라. 원고는 조합설립인가를 전후로 한 2016. 4. 17.부터 2016. 9. 28.까지 계약금 전액인 53,000,000원을 납입하였고, 사업계획승인 및 착공을 전후로 한 2019. 1. 16.부터 2022. 8. 31.까지 중도금 중 143,859,400원을 납입함으로써 합계 196,859,400원을 납입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이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후인 2020. 4. 23.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가입계약의 내용 중 원고가 공급받기로 한 아파트의 동·호수를 변경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가입계약 제14조 제12항을 통하여 한 피고가 착공 전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원고가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내용의 약정(이하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라고 한다)은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피고의 조합규약에 정한 바가 없고, 피고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이 사건 가입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 사건 가입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관하여 착오가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가입계약은 원고의 착오 취소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때 취소되었다. 원고의 위와 같은 취소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원고로서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효력에 관하여 착오에 빠졌으므로 이 사건 가입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1)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계약 체결 상대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분담금 등을 납입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하여 신축하는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조합원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가 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때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하였다면, 이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3)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은 ‘피고가 착공 전 계약 지연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기납부한 조합원 분담금의 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보증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이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가입계약 체결 후 2016. 8. 29.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0. 3. 19.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며 2020. 12. 29. 착공까지 함으로써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은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되었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직후 이 사건 가입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피고와 이 사건 가입계약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는 합의를 하였고, 더욱이 착공 이후인 2022. 8. 31.까지도 중도금 중 일부를 납입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가입계약에서 정한 분담금 중 상당 금액을 납부하였다. 피고로서는 이러한 원고의 분담금 납부행위를 통하여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사건 가입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4) 피고는 조합설립인가부터 착공에 이르기까지 주택건설사업을 절차대로 추진하고 있고, 피고가 주택건설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거나 위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고는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 취득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원고가 목적 달성을 포기하면서 분담금을 회수해야 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5) 반면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위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게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 제3항, 제1항 본문), 원고는 사업계획승인 이후인 2023. 3. 3.에야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착오 취소를 이유로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기회마저 갖지 못하였다.
6) 결국 원고가 이 사건 소를 통하여 이 사건 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착오 취소 주장을 하는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행위와 모순되는 행위이고, 원고의 모순된 태도로 인하여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 몫의 분담금에 상응하는 손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의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가입계약까지 무효라고 보거나 원고가 이를 착오 취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면서 분담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착오를 원인으로 이 사건 가입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취소 주장에 있어서의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경미(주심) 권영준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