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우기)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생명보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기훈 외 2인)
【제1심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7. 10. 선고 2023가단141283 판결
【변론종결】2025. 3. 20.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5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4. 2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생명보험업, 보험회사가 겸영할 수 있는 금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2023. 1. 1.경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합병하고 그 명칭을 ‘□□□생명보험 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생명보험’으로 변경하였다(이후 합병 전후를 포괄하여 ‘피고’라고 한다).
2) 제1심 공동피고였던 제1심 공동피고 1은 2015. 4. 1.부터 2022. 6. 2.까지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다가, 피고가 영업조직을 분사하여 보험대리점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파트너스 주식회사(이하 ‘○○○파트너스’라고 한다)를 설립함에 따라 2022. 6. 3.부터 2023. 6. 30.까지는 ○○○파트너스 소속 보험설계사로 근무한 사람이다.
3)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1을 통하여 피고가 판매하는 보험상품 등에 가입한 사람이다.
나. 제1심 공동피고 1을 통한 금융상품 가입
1) 제1심 공동피고 1은 2023. 4. 12. 원고의 주소지 근처 카페에서 원고에게 ‘재정안정계획서’라는 제목의 서류를 제시하면서, 실존하지 않는 허위의 금융상품(이하 ‘이 사건 금융상품’이라 한다)을 ‘일반 보험상품이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 VIP 고객에게만 특별히 판매하는 1년형 단기 채권형 예금이라서 연 12%의 단기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사건 금융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였다(이하 ‘이 사건 기망’이라 한다).
2) 원고는 같은 날 이 사건 금융상품에 가입하기로 하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알려준 ‘주식회사 □□□’ 명의의 계좌로 2023. 4. 12. 30,000,000원, 2023. 4. 13. 30,000,000원, 2023. 4. 24. 20,000,000원, 2023. 4. 26. 40,000,000원 합계 120,000,000원을 송금하였다.
다.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한 유죄판결의 확정
제1심 공동피고 1은 2023. 9. 18. 이 사건 기망과 관련하여 "위조된 □□□생명보험(주) 명의 보험증권을 이용, A/B 채권형 예금 상품이 12%의 이자와 원금보장되니 투자하라"라는 기망행위로 120,000,000원을 편취하는 등 8명의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1,260,940,000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23. 12. 8. 2023고단2791호로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하여 징역 5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제1심 공동피고 1의 항소에 대하여 같은 법원은 2024. 5. 10. 2023노1831호로 제1심판결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그대로 유지하되 양형부당의 주장이 받아들여 제1심 공동피고 1을 징역 3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거나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2, 10,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4, 10, 12,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의 요지
○○○파트너스 소속의 보험설계사인 제1심 공동피고 1은 피고의 보험상품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원고로부터 120,000,000원을 편취하여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따라서 ○○○파트너스에 보험계약의 모집업무를 위탁한 피고를 상대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소비자보호법’이라 한다) 제45조 제1항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을 구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관련 법령 및 법리
1)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2020. 3. 24. 법률 제171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보험업법’이라 한다)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에 모집을 위탁하면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고 이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하여 노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은 보험모집에 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하여 보험사업자에게, 그 손해가 보험사업자의 임원·직원의 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무과실책임을 지우고 보험모집인과 보험대리점의 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무과실책임에 가까운 손해배상책임을 지움으로써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보험사업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고자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23690 판결 참조).
2) 위 구 보험업법 규정은 사용자의 배상책임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756조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그 ‘모집을 하면서’라는 규정의 뜻은, 보험모집인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새겨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5356 판결 등 참조).
3) 한편 2020. 3. 24. 법률 제17112호로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은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는 금융상품계약체결등의 업무를 대리·중개한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제25조 제1항 제2호 단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리·중개하는 제3자를 포함하고, 「보험업법」 제2조 제11호에 따른 보험중개사는 제외한다) 또는 「보험업법」 제83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임원 또는 직원(이하 이 조에서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등"이라 한다)이 대리·중개 업무를 할 때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가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등의 선임과 그 업무 감독에 대하여 적절한 주의를 하였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삭제되었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 15, 16, 18, 21, 22호증, 을 제5, 6, 15, 16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관련 법령 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하고 원고로부터 돈을 받은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보아 피고의 금융상품계약 등의 대리·중개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 1의 이 사건 기망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제1심 공동피고 1은 2023. 4. 12. 원고에게 ‘재정안정계획서’를 제시하며 이 사건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하였는데, 위 계획서에는 피고가 합병 전 사용한 기업 로고(로고 생략)가 각 장마다 인쇄되어 있고, 원고의 가입정보(나이, 성별), 납입주기, 가입금액, 해지환급금 등이 기재되어 있으며, 계획서의 마지막 장에는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협회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어 그 외관상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정상적인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자료로 보인다. 나아가 제1심 공동피고 1은 원고에게 피고의 변경 전 상호인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유사한 ‘주식회사 □□□’ 명의의 계좌로 이 사건 상품의 가입금을 입금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금융상품이 피고가 판매하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고 인식될 만한 외관을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용자책임에 관한 민법 제756조은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의 일반규정이고(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5356 판결 참조),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은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가해행위를 하고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책임이 성립한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7297 판결 참조). 그런데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한 날 바로 다음 날인 2023. 4. 13. 원고가 피고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제1심 공동피고 1의 이 사건 기망은 피고의 금융상품계약 체결 등의 대리·중개업무와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본래 사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③ 제1심 공동피고 1이 이 사건 기망 시점에 소속되어 있었던 ○○○파트너스의 홈페이지에는 그 제휴사로 피고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들이 소개되어 있고, ○○○파트너스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소외 1은 이 법원에서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피고의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상품도 판매한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파트너스가 피고의 영업조직이 분사되어 설립된 회사인 점, 제1심 공동피고 1이 피고 소속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다가 위 영업조직 분사에 따라 2022. 6. 3.부터 ○○○파트너스에 근무하게 된 점, 제1심 공동피고 1은 피고 소속의 보험설계사일 때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원고를 알게 되었고, 제1심 공동피고 1은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쌓은 신뢰관계를 이용하여 이 사건 금융상품을 원고에게 판매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하고 판매하면서 피고 소속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취득한 보험상품의 판매방식, 자산관리방법, 전문성, 신뢰관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한편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금융상품에 관하여 ‘일반 보험상품이 아니다’, ‘단기 채권형 예금이다’라는 등의 말을 하였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제시한 ‘재정안정계획서’의 마지막 장에 ‘이 보험계약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이 사건 금융상품의 내용이 일정기간 돈을 예치하면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받는 것이어서 예금상품의 외관을 일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 재정안전계획서에는 이 사건 금융상품이 보험상품의 일종이라고 볼 만한 기재, 즉 "이 보험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은 납입한 보험료에서 경과된 기간의 위험보험료, 사업비(해지공제금액 포함) 등이 차감되므로 납입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 "보험료를 납입하시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은 해지됩니다.", "보험료 산출기초에 관한 안내", "해지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라는 기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점,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금융상품에 관하여 ‘회사 내부적으로 VIP 고객에게만 특별히 판매하는 것이다’라고 소개한 점 등에 비추어서 보험상품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⑤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에게 이 사건 금융상품과 같은 내용의 상품을 판매할 권한이 없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결국에는 일반 금융소비자들로 하여금 금융회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파악하고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험업법이 제11조에서 보험회사의 일정 범위 겸영을 허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피고도 집합투자업에 대한 인가를 받아 집합투자의 성격을 가진 상품을 판매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한 점, 금융상품의 내용이 다양화·복잡화되어 금융소비자로서는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금융상품이 피고가 관계법령상 판매할 수 없는 예금상품의 외관을 띠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제1심 공동피고 1이 이 사건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하고 돈을 수령한 행위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의 ‘금융상품판매 대리·중개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⑥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정무위원회 대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2020. 3. 24. 제정되었다. 이 법의 기초가 된 일부 법안들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는 그 제안 배경에 관하여 ‘금융산업의 겸영화 및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자본시장의 발달로 각종 파생상품을 비롯한 금융상품이 복잡·다양화 되면서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배경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당 금융회사가 관계법령상 판매할 수 없는 금융상품에 관한 대리·중개행위라는 사정만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고의 및 중과실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설령 이 사건 기망이 외관상 보험계약 체결의 대리·중개 업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1이 이 사건 금융상품에 가입을 권유하고 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 정상적인 보험계약 체결의 대리·중개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나) 관련 법리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외형상 모집행위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모집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보험회사에 대하여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은 피해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본래의 모집행위에 관한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다53195 판결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갑 제13,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이 사건 기망 당시 피고가 그 상호를 ‘□□□생명보험 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생명보험’으로 변경한 후였음에도,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제시한 ‘재정안정계획서’에 변경 전 기업 로고가 인쇄되어 있고, 돈을 입금한 계좌의 명의도 ‘주식회사 □□□’인 사실, 원고가 2023. 4. 12. 위 계좌로 30,000,000원을 입금한 직후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증권번호 조회가 안 된다고 하니 불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을 제7,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이 사건 기망이 본래의 대리·중개행위에 관한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이를 알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제1심 공동피고 1이 2023. 4. 12. 원고에게 이 사건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하면서 제시한 ‘재정안정계획서’에는 피고가 합병 전 사용한 기업 로고가 인쇄되어 있고, 이 사건 금융상품을 ‘보험계약’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및 생명보험협회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
② 제1심 공동피고 1은 피고의 변경 전 상호와 유사한 상호인 ‘주식회사 □□□’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였으며, 원고에게 위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하였다.
③ 원고가 이 사건 금융상품에 가입한 날인 2023. 4. 12.은 피고의 상호가 변경된 날로부터 불과 4개월 후이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소속된 ○○○파트너스는 피고의 자회사이기는 하지만 별개의 법인이며, 상호 변경에 따른 후속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경 전 상호가 사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 이 사건 금융상품이 예금상품의 외관을 일부 띠고 있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제시한 ‘재정안정계획서’에는 이 사건 금융상품이 보험상품이라고 인식할 만한 기재가 있고, 원고가 제1심 공동피고 1을 알게 된 시점이 제1심 공동피고 1이 피고 소속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할 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가 이 사건 금융상품이 피고의 금융상품이라고 인식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의 면책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을 보험설계사로 재위탁하면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고, 소속 보험설계사가 보험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을 다하였으므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면책되어야 한다.
나) 구체적 판단
(1) 앞서 든 증거들, 을 제20 내지 3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제1심 공동피고 1로 하여금 세일즈 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한 점, ○○○파트너스가 준법교육과정 등 각종 교육과정을 운영한 점, ○○○파트너스와 제1심 공동피고 1 사이의 위촉계약이 의무교육 등을 이수하지 않거나 불완전판매율이 높은 경우 중개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파트너스가 ‘컴플라이언스 위반에 관한 업무처리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점, 제1심 공동피고 1이 소속되어 있던 ○○○파트너스의 ◇◇지점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매월 작성·점검한 것으로 보이는 점, ○○○파트너스가 제1심 공동피고 1을 고소·고발한 점 등이 인정되기는 한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 단서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제1심 공동피고 1 등의 선임과 그 업무 감독에 대하여 적절한 주의를 하였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제1심 공동피고 1은 2021. 11. 30.경부터 2023. 7. 7.경까지 원고를 포함한 고객 8명으로부터 합계 1,260,940,000원을 편취하였다. 위 불법행위가 제1심 공동피고 1이 피고 소속의 보험설계사일 때 시작하여 ○○○파트너스 소속의 보험설계사로 재직할 때까지 약 2년에 걸쳐 지속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가 그 선임과 그 업무 감독에 대하여 적절한 주의를 하였는지 의문이다.
② 제1심 공동피고 1은 2022. 11.경부터 2023. 6.경까지 17차례에 걸쳐 ○○○파트너스 ◇◇지점 사무실에서 제1심 공동피고 1이 보관하고 있던 피고 대표이사 명의의 보험증권 컴퓨터 파일을 이용하여 보험증권을 위조하였다. 위 불법행위가 1년 6개월 동안 ○○○파트너스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피고가 상당한 주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보험사업자가 구 보험업법 제102조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에도 보험계약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손해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다46081 판결 참조).
나. 원고가 2023. 4. 12.부터 2023. 4. 26.까지 제1심 공동피고 1이 지정한 계좌에 합계 120,000,000원을 송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호증,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잘못이 피고의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였으므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40% 정도로 봄이 타당하다. 그에 따라 피고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60%로 제한한다. 따라서 원고의 과실을 참작한 피고의 손해배상액은 72,000,000원(= 120,000,000원 × 60%)이다.
①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1로부터 이 사건 금융상품의 보험증권을 교부받기 전부터 제1심 공동피고 1이 지정한 계좌로 거액의 현금을 송금하였다.
②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1로부터 2023. 5. 2.자 보험증권을 수령하였을 때 이에 대하여 확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③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증권번호가 조회되지 않으니 불안하다’고 하거나 ‘보험증권에 왜 □□□의 명칭이 기재되어 있는지’ 물은 것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금융상품에 가입한 이후에 이에 관하여 의심하였다고 보이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피고 또는 ○○○파트너스에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다. 한편 원고가 제1심 공동피고 1로부터 2023. 7. 14. 25,000,000원, 2023. 11. 13. 40,000,000원 합계 65,000,000원을 변제받은 사실은 원고가 자인하거나 갑 제7, 8, 12, 2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원고가 변제받은 위 65,000,000원 중 48,000,000원(= 제1심 공동피고 1의 손해배상액 120,000,000원 - 원고의 과실을 참작한 피고의 손해배상액 72,000,000원)은 제1심 공동피고 1이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의 변제에 우선 충당되고, 나머지 17,000,000원은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액에서 공제된다(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배상액은 55,000,000원(= 72,000,000원 - 17,000,000원)이 된다.
라. 따라서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5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3. 4. 2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4. 7.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용범(재판장) 김진아 김민순
사건번호
2024나37986
손해배상(기)